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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깊은 애정을 주었던 방세옥마저 잃었으며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선 우주의 모든 것이 증오스럽게만 느껴졌다. 이제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평범한
여자로 변하게 된 것이다. 가운데도 한 가닥 광명이 있었으니 그것은 인자한 모친의
얼굴이 떠오른 것이었다. 죽기 전에 남긴 몇 마디 유언이 갑자기 생각나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공휴일이사 됐던 경위와 백봉총당에서 부상을 입은 후 방세옥이 공력을
펼쳐 혈도를 풀어 주었던 일이 생각났다.
후에야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일어났으며, 비틀거리며 살천기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눈물이 메말라 더 나오지 않았고 목소리도
이미 쉬어 있었다. 포장이사어플 슬픔을 안은 채 잠형둔영의 경공을 펼쳐 계속 달리고
있었다. 왔던 그 산봉우리 꼭대기로 올라갔다. 몇 줄기 흑영이 쏜살같이 날아 올라오고
있었다. 계속 추격해 온 것이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인동 55144
냇물 줄기를 따라 한 차례 혈투를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포장이사어플 운중청풍의
생각이 떠올랐다. 서쪽으로 떠나 현룡곡으로 달려 갔던 것이다. 이사순위 있는 그에게
갑자기 한 가닥 희망이 떠올랐다. 지금 삼 면에 적이 가득 깔려 있었기 때문에 그는 할
수 없이 현룡곡의 방향으로 질주해 가는 수밖에 없었다.
양면의 적이 회합되어 떠들썩 거리며 그가 도망친 방향을 추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의인들은 다만 부근 일대만 수색했을 뿐 아무도 현룡곡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란
의심을 갖지 않았다.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는 쉽게 흑의인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솟아나온 암석을 딛고 한 발작씩 상류 쪽으로 올라갔다. 포장이사어플 때로는
넓어졌다가, 다시 좁아지며 일정치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