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보관창고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지난 날이란 갖가지 기억들을 포함해 하나의

과정이었다. 과거의 정서가 밑바탕이 되어 그가 현재 일신에 절기신공을 지닌

무림의 기남자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포장이사보관 영호걸의 입에서

낮은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돌아오셨을까 떠나신 날짜로부터 두 달하고도

닷새가 더 지났는데. 인자하던 부친의 모습을 떠올리면 늘상 미소가 지어지는

그였다. 그가 살던 아담한 집도, 존경해마지 않던 부친도 아니었다. 영호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이삿짐보관창고

빠진 나머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눈에 무엇인가 쏘아져 들어왔다.

이삿짐보관창고 즉시 몸을 일으켜 주춧돌로 다가갔다. 단 한 글자 뿐이었다.

가다듬게 되자 차츰 사고의 예지도 회복되었다. 이사창고보관 필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영호걸은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우연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움켜 쥐었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상대가 누구이건 아버님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반드시 내 손에 죽는다. 그답지 않게 무시무시한 광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누대에 걸쳐 호생지덕을

베풀었으면 베풀었지, 타인들과 아무런 원한도 맺은 적이 없다.

경상남도 의령군 유곡면 덕천리 52113

포장이사보관

최근 두 달 동안 자신이 무림에서 활동했던 것을 생각했다. 이삿짐보관창고

아니다. 눈으로 잿더미를 응시했다. 토요일이사 이윽고 잿더미가 치워지자

하나의 석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가자 석판은 다시 저절로 닫혔다. 그곳은

서고와 약실을 겸한 장소로써, 먼저 한 방에 이르자 사방에 고서로 들어 찬

서가가 둘러져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고금을 총망라한 의서의 진귀본이었으니,

이 밀실이야말로 영호가 의술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