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달보관

된 것은 바로 노부인의 함정에 빠지는 꼴이었다. 비스듬히 치켜올려진

그녀의 새끼손가락이 뻗쳐 가는 기세는 아리송해서 상대방의 두 눈을

겨누는 것인지 아니면 문향요혈을 겨누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으며, 그

수법은 마치 상대방의 쇄후혈을 찌르는 것 같기도 했는데 그 일식만으로도

이미 지법 중의 오묘함이 다 숨어 있었으니.

두 손이 막히게 되자 온몸 전체가 상대방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지고

벽에 있는 구멍에 갇히는 꼴이 되고 말았는데 일시 뒤로 물러서거나 초식을

변화시킬 수 없어 금방이라도 한 손가락이 가져다 주는 액운을 피하지

못하고 당하고 있어야 될 것 같았다. 용달보관 아슬아슬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 속에서 노부인은 벼락처럼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검기가 잽싸게

자기의 윗몸으로 뻗쳐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미 보기 드문 고수라

할 수 있었다. 바가 너무나 방대하고도 복잡하며 경험이 풍부한 만큼

그녀는 지극히 커다란 잇점을 차지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대평리 51786

손을 써서 공격을 해오는 사람이 능천우라고 믿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데는 한편으로 심리적인 원인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 그

검기가 갈무리하고 있는 기세가 그녀의 예측을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용달보관 그녀는 한평생 적지 않게 고수들이 손을 쓰는 것을

보아왔으며 과거 제일대의 백제가 바로 무상의 검법으로 무림에서

주름잡았으며 검중지제라고 일컬어지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지금 옆에서 습격하듯이 뻗쳐 오는 그 한 가닥의 검기는

정녕 과거의 백제보다 더욱 매서운 것이었다. 용달보관 일 검의 무서운

점은 결코 검기의 예리함과 굳건함 그리고 항거할 수 없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강강 가운데 끝없는 부드러움을 내포하고 있어 사람에게 마치

만장이나 되는 큰 봉우리의 가장자리에 서서 끝없는 심연을 내려다 보는

느낌을 안겨 주었다. 이와 같이 특이한 느낌은 오직 노부인과 같은

인재만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노부인은 깜짝 놀란 끝에 마음 속으로 그만

한가닥 비애를 느꼈다. 일 검에는 명확하게, 만약 그녀가 백발 노파를

사지로 몰아넣을 뜻이 있다면 자기의 일 검에도 그녀를 죽이고 말겠다는

뜻이 서려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 일 검은 마치 봄바람이 가볍게 스치듯 삽시간에 형세도 없이 거두어져

쓰러지게 되어 있었다. 일 검이 나중에 펼쳐졌으나 먼저 펼쳐졌다는

사실이었다. 천의신공을 연성한 형편이었으며 노부인의 기운이 약간

감소하게 되었을 때에 상대방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되레 노부인 자신이 죽음이라는 마지막 길로 접어드는 것이었다.